제1회 특별변호인과 꽃뱀 사건(상)

 

(칼럼) 원린수 사법NGO활동가의 법조 이야기

1회 특별변호인과 꽃뱀 사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엄한 처벌은 당연하다. 하지만 성폭행을 하지 않았는데 상대에게 성폭력 누명을 씌우는 소위 꽃뱀 사건으로 처벌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한 꽃뱀의 누명은 좀처럼 벗기가 어려워 많은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옥살이를 하는 것도 현실이다.

 

다수 사람은 변호사만이 민 형사사건에 변호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형사소송법 제31조와 민사소송법 88조에서는 조건을 달아 변호사 아닌 사람도 변호인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특별변호인을 규정하고 있다.

 

2008년 여름 광주교도소에 갇힌 유명 정치인의 비서라는 사람에게서 편지가 왔는데.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던 여성과 그의 일당이 자신의 5,000억 원대의 재산을 노리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마치 자신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사건을 만들어 고소했고, 목포지원에서 5년 형이 선고되어 구속됐다며 도움을 요청하며 A4용지 5,000매 분량의 서류들을 보내왔다.

 

<편지 봉투와 편지 일부>

필자도 억울하게 구속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험이 있어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의 심정을 알고 있기에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자료를 검토했는데, 수사 기록 곳곳에 조작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밤이 새는 줄 모르고 기록을 살피게 되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건에 깊이 빠져들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제보자와 피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항했기에 근 3년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며 재판부가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증거에서 제보자의 억울함이 보여 사실조사용역계약서를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제보자에게 보내 교도관의 확인 아래 계약서를 작성한 뒤 조사에 나섰다.

 

<사실조사용역계약서>

필자가 사법 NGO 활동을 시작하고 2005년까지는 계약서 체결 없이 활동해 보니 억울하다는 사람 중 7~80%가 가짜로 드러났기에 2005년부터는 조사에서 제보자의 범죄가 드러나면 고발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내용의 사실조사계약서를 작성한 뒤 조사하고 있었기에 제보자와도 계약을 체결한 뒤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제보자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사건 발생 2일 전에도 피해자와 광주광역시 인근 온천지역의 여관에 투숙해 성관계했으며. 이때 숙박료를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계산했다라며 피해자와 합의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피해자는 함께 투숙한 일이 없다했고, 경찰과 검찰은 여관에 대한 조사에서 카드 전표가 나오지 않아 제보자의 거짓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도 제보자는 서신과 면회에서 피해자 카드로 계산한 것이 분명하다고 거듭 주장하는데, 경험으로 봤을 때 눈빛 등에서 제보자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게 보여 여관을 찾아가 조사한 끝에 두 사람이 여관에 투숙했을 당시 카드 단말기가 고장 나서 옆집 단말기로 숙박료를 계산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여관주인으로부터 피해자가 계산한 카드 전표를 입수했다.

<피해자가 성폭행을 주장한 바지 사진>

피해자는 경찰 진술조서에서 제보자가 성폭행하려고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의 양쪽 주머니의 부분을 잡아당겨 바지의 지퍼 옆 부분이 찢어졌다며 찢어진 바지를 성폭행의 증거물로 제출했는데, 호크 부분은 손상되지 않았다.

한눈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피해자 바지와 같은 종류의 바지를 여러 벌 구해 이리저리 당겨서 찢어 보기도 하고 바지를 뒤집어서 당겨 찢어 보기도 하며 피해자의 찢어진 바지와 같게 찢어지는 방법을 찾아냈다.

피해자가 검찰에 제출한 바지처럼 찢어지려면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는 어느 부위를 잡고 당겨도 사진의 모양처럼 찢어지지 않았고, 바지를 벗어 뒤집은 상태에서 지퍼의 끝단 부분과 바지의 주머니 부분을 세게 당기면 사진의 모양처럼 지퍼 옆부분이 찢어진 것이다.

바지를 찢는 과정에서 당겨진 부위를 살펴보니 당긴 힘에 옷감이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직물에 관에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한국원사직물연구소의 인장과 인열 강도 측정 장비를 이용하면, 찢어진 부위가 어떤 부분을 잡고 어떤 방향으로 얼마의 힘으로 당겼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음도 알아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형사소송법 제31조 후단에는 특별한 경우 변호사 아닌 사람도 형사사건에 변호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특별변호인 제도를 제보자에게 알려주고 필자를 제보자의 특별변호인으로 허가해 달라는 특별변호인선임허가신청서를 작성해 주어 재판부에 제출하게 했다.

그간 조사에서 드러난 증거들을 나누어 증인신청과 검증감정신청 등 재판부에서 조사해서 증거로 채택해 달라는 A4용지 8매 분량의 증거신청서도 작성해 주어 재판부에 제출토록 했다.

<대법원 나의사건 검색화면>

첫 번째 열린 재판에서 재판장은 증거신청 내용을 미리 검토해서인지 제보자의 억울함을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 엿보였고 보석 허기를 신청해 보라라는 주문까지 해 곧바로 보석허가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자 이내 보석이 허가되어 제보자가 5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교도소에서 석방되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화면>

제보자가 출소 이후 대반전이 일어나는데 2부에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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